표지가 현실과 달리 몽환적이라서 눈길이 갔던 책인데,
내용은 너무나도 현실적이었던 책.
공동체와 연대라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과 '나'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작가. 참 궁금하다.
인간은 공동체 속에서 유대를 느끼며 살아간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타인과 끊임없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무의식적으로 '우리'를 형성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려 한다.
소속되어 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와 함께 찾아오는 것은 '우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
내가 더 이상 '우리'에 속하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그래서 때로는 집단을 위해서라는 말로 약자를 내치며 불안감을 상쇄시키고자 한다.
하지만 과연 무엇이 진정한 공동체일까?
베어타운 하키팀이라는 공동체는 책 속에 등장한 그 어떤 공동체보다도 파괴적이고 위협적이다.
하지만 그것이 강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공동체를 내세우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페테르와 미라, 레오와 마야, 아나의 관계는 훨씬 강하다.
'내'가 아닌 '너'를 위한 관계이자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말이
공동체 속이라면 인간은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때로는 공동체가 개인을 압박하고, 개인에게 희생을 요구한다.
단지 '우리를 위해', '집단을 위해'라는 말로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한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공포스러웠던 것은 성폭행 그 자체가 아니라,
'베어타운', '하키팀' 을 위해 소문을 만들어내고 단정지어 버리는 마을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는 피해자인 마야도, 그리고 그 가족들의 고통도 중요한게 아니다.
오로지 그들의 '이익'이 중요할 뿐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마을의 번영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방패막이로 삼을 뿐이다.
하지만 그걸 정말 '위한다'고 할 수 있을까?
'나'를 위해서 그리고 내가 속한 집단을 위해서 치유받아야 할 사람을 내친다는 것에 '위한다'는 말이 붙어도 되는 것일까?
이 책은 끊임없이 이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결국 서로를 보듬어 줄 수 있고, 내가 아닌 너를 위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집단이 진정한 공동체라고 말하고 있다.
나를 감춰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곳.
내가 아니라 너를 생각할 수 있는 곳.
그것이 바로 진정한 공동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
감상과는 별개로,
초반에 하키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길게 나와있어서 읽는 속도가 무거웠는데,
후반부에 가서는 왜이렇게 길게 하키 이야기가 책을 차지하고 있어야 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책에서는 극단적으로 상황을 묘사했지만,
사실 베어타운에서 일어난 일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소름끼치게 다가왔던 책이다.
'책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04 아몬드-손원평 ; "서로를 향한 구원" (0) | 2018.07.20 |
---|---|
02 28-정유정 ; "삶에 대한 존중" (0) | 2018.02.20 |
01 인간실격-다자이오사무 ; "살아야지" (0) | 2018.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