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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01 인간실격-다자이오사무 ; "살아야지"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을 때 우연히 읽게 된 책.

일본 소설을 참 좋아하는데도 책 한 장을 넘기는게 그렇게 힘들더라.


인간에 대한 최후의 구애가 어릿광대 노릇이 되어버린 요조 때문인지,

아니면 최근의 내가 요조와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어서인지.

짧은 소설이 그렇게 무겁고 한없이 길게 느껴졌다.


어느순간 새로운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 더이상 즐겁지 않아졌다.

즐겁지 않다기 보다는 두려워졌다.

낯선 환경에서 낯선 사람들과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한다는 것이 두려워졌다.

그래서 할 수 있거나 해야하는 이유를 찾기 보다는 하지 못할 이유를 찾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것이 무기력해졌고, 끊임없이 자학하며 나태함의 원인을 비교하며 찾으려고 애썼다.

다른 사람만큼 노력하지 않아서, 다른 사람만큼 잘하는게 없어서.

비교는 끊임없이 나를 야금야금 먹어갔고, 먹혀갈수록 두려움은 점점 커졌다.


그런 시기에 우연히 읽게 된 책이 바로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이다.

요조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기 보다는 두려움을 느끼며 사람들에게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광대노릇을 해서라도 타인과 관계를 맺어보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한다.

그래서 평생 광대로 살아간다.

그래서 평생 광대의 가면을 벗지 못한다.


책을 한장씩 넘길 수록 요조에 대한 안타까움, 그래도 살아보고자 하는 요조의 행동에 대한 경외심.

그리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도 자학을 하며 스스로를, 행복을 갉아먹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안타까움과 후회.


그러다가 때로는 덜컥 무서워지기도 했다.

내가 끝내는 요조가 되는 것이 아닐까하고.

그래서  '행복해지도록 살아야겠다' 는 마음이 들었다.

요조가 썼던 것처럼 나에게도 씌여진 몇 개의 가면이 있겠지.

그 가면은 내가 스스로 씌운걸수도 있고, 타의에 의해 씌여졌을 수도 있다.

누구에 의해서 씌여진 것이던지 요조처럼 살고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 가면을 벗어냈을 때, 벗어내고자 할 때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겠다는 마음도 함께 새겼다.


언제 다시 나에게 비교의 시간이 찾아올지는 모르지만,

그 전까지는 나에게서 후회와 원인을 찾으려하지 말고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

그게 무엇이든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을 찾을 것.

절대 비교하지말것.

다른 사람의 스포트라이트를 보며

나의 스포트라이트가 어둡다고 비교하지말 것.

그 스포트라이트를 스스로 더 밝게 만들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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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고 마음을 회복하고 위안을 삼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특권이라 생각하며 마음을 토닥여본다.